텍스트를 포기한 AI, Jev는 무슨 모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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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니미입니다.

먼저 밝혀둘 게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제가 Jev를 직접 써보고 쓴 글이 아닙니다. 지금은 대기명단 전용이라 접근이 안 됩니다. 회사 공식 문서·발표문과 보도를 조사해서 정리했고, 참고 자료는 글 맨 아래에 모아뒀습니다. 실제로 써볼 수 있게 되면 후속 글로 보완하겠습니다.

2026년 9월 16일, TypeSafe AI라는 회사가 Jev라는 AI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소개 문구가 특이했습니다. “더 똑똑하다”도 “더 깊이 생각한다”도 아니었습니다. 텍스트를 생성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왜 이상한 말인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AI는 전부 글을 쓰는 AI입니다. ChatGPT에 질문하면 문장으로 답하고, Claude에 코드를 부탁하면 코드를 써줍니다. 지난 2년간 경쟁 방향도 한결같았습니다. 더 길게 생각하고, 더 많이 쓰고, 더 큰 분량을 읽는 쪽으로요.

Jev는 그 반대로 갔습니다. 말하는 기능을 아예 버렸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이게 무슨 AI인지, 다음 편에서는 기존 AI와 뭐가 다른지를 다뤄보겠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에게 답하는 AI

회사에 이런 업무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고객 문의 메일을 읽고 담당 부서로 넘기는 일입니다.

AI로 자동화하려면 지금은 이런 절차를 거칩니다. AI에게 메일을 주고 “어느 부서로 보내야 할지 알려줘”라고 부탁합니다. AI는 문장으로 답합니다. “이 문의는 환불 요청으로 보이며, 결제팀으로 전달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그러면 프로그램이 그 문장에서 “결제팀”이라는 단어를 찾아냅니다(이걸 파싱이라고 합니다). 그 결과로 메일을 보냅니다.

문제는 세 번째 단계입니다. AI가 “결제 관련 부서”라고 쓰거나, 앞에 인사말을 붙이거나, 형식을 조금만 바꿔도 프로그램이 못 알아듣고 깨집니다. AI는 사람에게 말하듯 답하는데, 실제로 그걸 받는 건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Jev는 이 중간 단계를 없앱니다. Jev에게는 이렇게 묻습니다.

상태: (메일 본문)
질문: 다음 중 어디로 보낼까? 선택지: 결제팀 / 기술지원 / 영업 / 기타

그러면 문장이 아니라 답 자체가 돌아옵니다.

결제팀
확률 분포: 결제팀 0.91 / 기술지원 0.05 / 영업 0.02 / 기타 0.02
확신도: 0.91

프로그램이 바로 쓸 수 있는 형태입니다. 해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사는 이 방식을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따온 “System One 모델”이라는 분류로 부릅니다. 빠르고 직관적인 System 1 사고와, 느리고 신중한 System 2 추론을 구분한 그 개념입니다.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은 세 가지뿐이다

Jev에게 자유롭게 아무거나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 틀이 정해져 있습니다. 공식 문서는 이 세 가지를 “원시 타입”이라고 부릅니다.

종류 무엇을 묻는가 예시 제한
Choice(선택) 이 중 하나를 골라라 문의 → 담당 부서 선택지 최대 255개
Score(점수) 등급을 매겨라 리뷰 → 만족도 2~10단계
Noul(예/아니오) 맞나 틀리나 이 결제가 사기인가 확률 0~1

세 종류를 한 번에 섞어서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질문들은 동시에 처리됩니다. 문서에 실린 예시로는, 13개 질문을 한 번에 몰아서 보내면 따로따로 13번 보낼 때보다 12.2배 저렴하고 10배 빠르다고 합니다. 답이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각 질문이 문서를 두고 독립적으로 채점되기 때문에, 다른 질문이 같이 있는지 여부가 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대신 “이 메일에 답장을 써줘”는 할 수 없습니다. 글을 만드는 기능 자체가 없습니다.

왜 이런 걸 만들었나

Jev라는 이름은 19세기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William Stanley Jevons)에서 왔습니다. 회사가 직접 밝힌 이름의 유래입니다. 제번스가 남긴 유명한 관찰이 있습니다. 증기기관의 연비가 좋아졌을 때 석탄 소비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것입니다. 연료가 싸지니까 그전까지는 돈이 안 맞아서 안 하던 일들을 사람들이 새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 현상을 제번스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회사는 기계 지능도 같은 길을 갈 거라고 봅니다. AI 판정 한 건의 가격이 확 떨어지면, 지금 하는 자동화가 그냥 싸지는 게 아니라 비싸서 포기했던 자동화가 새로 가능해진다는 논리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고객 문의 분류는 이미 AI로 합니다. 그런데 문의 하나마다 판정을 스무 번씩 한다면 어떨까요. 긴급도, 감정 상태, 재문의 여부, 담당자 숙련도 필요 수준, 환불 위험까지 전부 따로 판정하는 겁니다. 지금 가격으로는 배보다 배꼽이 큽니다. 단가가 100분의 1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건 말뿐이 아니라 가격표가 뒷받침합니다.

입력 100만 토큰당 출력
Jev 약 0.042달러 0달러
일반 대형 모델 2달러 12달러

출력이 왜 공짜인지는 다음 편에서 설명하겠습니다. 그냥 싸게 파는 게 아니라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자료